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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미용인 그리고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17-10-25 (수) 10:25 조회 : 90

가을은 문학의 계절이다. 떨어지는 낙엽, 창문 밖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이번 호에서는 시인으로 활동하는 미용인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들의 시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길 바라며


01 이완근 시집 - 불량아들(문학의전당 / 2014)

  

    불량아들의 일기 

술을 마시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아스팔트길이 꾸불꾸불 일어났다

전봇대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 나이에 얼굴이나 긁고 다니다니……

사람들과의 약속도 차일피일 미루던 어느 날,

시골 어머니께서 꿈자리가 사납다며

애호박이며 고추, 고구마를 한 보따리 싸들고

우리 집을 갑자기 방문했다

오십을 넘긴 아들내미가 아직도 못 미더운 거다

왜 갑자기 오셨냐며 화를 내다가

시골 얘기에 밤을 꼬박 새다가

침침한 눈으로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못 알아보는 어머니가

나는 안도가 되었다

어머니께서 시골로 돌아가시는 길을 배웅하던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가을 낙엽보다도 가벼워 보이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잘 있으라며 주머니에 무언가를 찔러 넣어주시던 어머니

내 주머니 속에는 안티프라민이 들어 있었다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이미 보고도

못 알아보신 척하신 마음을 나는 비로소 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연고만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거리를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 이완근 시인은 월간 <뷰티라이프>의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이다. 그는 2012<문학광장>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의 시는 지난날 그리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간접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지극히 사적인 스토리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듯한 내용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과 어울리는 시집이라 생각한다.

 

 

02 김정조 시집 - 따스한 혹한(문학의전당 / 2015)

    

 따스한 혹한 

영하 20도에 얼어붙은 북한강

해넘이 찬연한 빛을 바라본다

어떻게 걸어왔으며 어떻게 걸어갈 것인지

눈 덮인 얼음판이 위태로워도 가야 하는

유난히 튀어나와 차가운 광대뼈를 두 손으로 감싼다

 

거대한 얼음 강, 눈보라

저만치 앞서 가는 어머니의 굽은 등, 느린 걸음

어둠이 오면 얼음끼리 더욱 낮아지는

 

서로의 눈빛으로도 추위를 녹여주는

카페, 향긋한 커피 향에 흔들려 쉬고 싶은 몸

 

노을의 길이보다 길게 남아 있는

강을 끼고 가야 할 길

 

 

# 찬바람이 부는 겨울 노을 지는 저녁에 읽으면 좋을 시이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에서. 혹은 삶의 모습 속에서. 쓸쓸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따스하다. 마치 담담하게 위로를 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03 최대희 시집 - 치즈사랑(문학과사람 / 2017)

    

치즈사랑  

치즈처럼 쭈욱 늘어난

그녀의 하품을 턴

내 혀는 발레리노가 되고

 

# 사랑이 물씬 풍기는 시집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로 남녀의 사랑을 표현했다. 누구나 사랑에 대한 꿈을 꾼다.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면서 어려운 감정이기도 하다. 표현에 따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달달할 수 있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이 시집의 대부분의 시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고, 사랑을 순수하고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사랑스런 느낌을 준다.

 

04 송정현 시집 - 꽃잎을 번역하다(리토피아포에지 / 2016)

 

 꽃잎을 번역하다 

봄이 한창 무르익었는데 겨울이 찾아온 듯 어깨가 스산하다 길가 벚나무 때 아닌 봄눈으로 꽃잎을 쿨럭인다 호기심 많은 벌 한 마리 그 꽃잎에 앉을 듯 말 듯 배를 배었다 떼었다 꽃잎을 가늠 중이다

 

색깔 : 창호지에 스며진 호롱불

느낌 : 연하디 연한 한지의 매끄러움

상태 : 더러는 찰과상을 입었음, 간혹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큰 짓이겨짐

신선도 : 다소 불량함에도 불구하고 향흔이 남아있음

당도 : 괜찮음

소리 : 해탈에 든 스님이 두드리는 목탁소리 들림(두리번 두리번)

종합결과 : 벚꽃이 분명함

 

바람의 방향을 따라 하나 둘 가볍게 날아오르는 봄날을 기록한다

 

# 꽃잎의 모습이 떠오른다. 현재의 계절과 상관없이 내 기억속의 봄의 기운과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처럼 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상상하게 하는 것. 짧은 글에 함축적인 메시지와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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