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시절인연(時節因緣)
봄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봄 햇살 속에서 꽃망울이 터지기를 고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요즘의 꽃샘추위는 얄밉기 그지없습니다.
봄이 오기 전, 같이 오래 우리 시대를 풍미하며 살고 싶었던 두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겼었습니다. 하느님은 착하고 유쾌한 사람을 하루라도 빨리 곁에 두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 아니더라도 우리 시대를 같이 산다는 것은 큰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우리 미용계에서 후학들을 오래 가르치다가 정년을 맞으신 분의 퇴임식에 참석했었 습니다. 사제지간, 동료교수 교수, 후배교수들과의 돈득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마침 미용 교육계에 오래 전부터 몸담고 계신 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행사장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자 깊은 감회에 빠지시는 것 같았습니다. 짧지 않았던 대화 끝에 미용인의 정과 사랑, 동료애를 공통으로 가지고 계신 분들이 한분한분 곁에서 떠나가심을 볼 때 인생무상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기자도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 행사장 등에서 우연히라도 만났을 때 따뜻하게 손잡아주시며 진정으로 마음으로 교류했던 많은 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참으로 이 시대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상처까지를 공유하면서 살았던 시절인연 분들이었습니다.
시절인연과 관련하여 요즘 세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화롭고 잘 사는 시기를 만끽하며 사는 세대입니다. 1950년 이후 70년 이상 우리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없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앞서고 있는 시대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맘껏 누리며 살고 있는 세대입니다. 이런 세대가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부러운 건 이것이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마는 조용히 입을 닫습니다.
‘봄은 봄이로되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뼛속 깊이 인식되는 요즘입니다. 국가의 권력 서열 1위인 대통령은 국가 내란죄로 탄핵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국가적으로 큰 망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용계에서는 미용인의 수장인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이 외간남과 정을 통했다고 재판에 회부되어 1심에서 2,000만원 배상이라는 판결을 받고 항고 중에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선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희망과 기대에 부푼 시대를 사는 시절인연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을 시인하다
시인이란 게
자식을 잃은 어미의 사연을
매만져주지 못하고
가슴에 불만 지펴주고 왔다
시인이란 게
봉오리 피우려는 꽃나무에게
눈길도 한 번 주지 않고 왔다
시인이란 게
꾸어서 꿔준 돈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연탄불이 희미하게 피어나는
구멍 뚫린 대폿집
악보 한 장 그려놓고
해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인이란 사람
이완근(편집국장, alps0202@hanmail.net)
<뷰티라이프> 2025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