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2509)
미용장학재단과 미용문화재단
기자와 간헐적(?)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미용계 인사가 몇 명 있습니다. 그분들은 미용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핑계가 생기면 번개팅을 합니다. 때론 없는 핑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며칠 전, 우리나라 날씨가 동남아를 닮아간다는, 이런 폭염(暴炎)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저녁자리 겸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우리 미용계에서 미용을 해서 돈을 번 미용인들은 많이 있지만, 진정으로 미용인으로서 존경받고 모범이 될만한 인사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얼얼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우리 일행은 이와 같은 질문에 합당할 것 같은 몇 분의 미용계 인사들을 언급했고, 이분들이 과연 그럴만한 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진정으로 미용계에서 존경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미용계 인사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는 우리 미용계에서 미용장학재단이라든지 미용문화재단을 최초로 만드는 미용인이 어서 나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미용대학 학생들을 선발해서 학비를 지원한다든지, 선진미용을 배우고자 하는 미용인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해준다면 얼마나 뜻있는 일일까요. 탈북해서 미용을 배우고자 하는 예비미용인을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선발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입니다.
한편, 미용문화재단을 설립해서 미용계에 꼭 필요한 저서를 발간한다든지,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미용인들에게 소정의 절차를 거쳐서 지원을 한다면 이 또한 선진미용을 앞당기기 위한 초석이 되지 않을까요. 문화재단에서는 미용인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강좌도 지원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미용인을 지원할까 하는 방안을 공모하는 방안도 있겠습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합니다. 거창한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백년대계의 미용계를 위해서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그럴 경제적인 여건과 문제 의식을 동시에 가지고 추진해나갈 결단성이 있는 미용인이 있느냐는 것이겠지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폭염도 언젠가는 시나브로 사라질 것입니다. 세월에도,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 하는 안일함을 벗어나 과감한 결단을 하는 미용인이 어서 출현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그리하여 우리 미용계에서 영원히 존경받는 미용인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움의 흔적
아버지는
삼 년을 누워계셨다
말이 나오지 않아
지팡이를 몇 번 치느냐에 따라
가족들은 반응했다
아버지 떠나시고
방안 장판을 수놓은 희미한 흔적이
그리움을 질펀하게 토해냈다
더운 날
허리 아파 누웠던 침대
흥건한 침대보
거기에
아버지 누워계셨다
이완근(편집국장, alps0202@hanmail.net)
<뷰티라이프> 202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