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초대석(장인수 시인)
죽음을 말하면서도 살아 있는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 출간한 장인수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1968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났어요.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나왔습니다. 오탁번 시인과 시적 교류를 많이 했어요. 2003년에 <시인세계>로 등단을 했고, 여러 권의 시집을 냈습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사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은 어떤 시집인가요?
울면서도 웃는 시집이기를 바랍니다. 억지로 슬픔을 극복하는 시집은 아닙니다. 눈물밥, 슬픔밥, 웃음밥을 먹는 시집이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는데도 꽃은 피고, 몸은 늙어 가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장난기가 살아 있는 명랑한 슬픔의 시집입니다.
인생의 상처를 너무 근엄하게 모시지 않는 시집입니다. ‘똥꼬발랄하다’라는 말에는 중요한 힘이 있습니다. 똥, 방귀, 땀, 젖꼭지, 늙은 무릎, 주름, 밥, 술, 배설과 같은 일상의 몸이 시 속으로 들어와서 놉니다. 그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슬픔과 사랑이 발견됩니다. 또한 죽음을 말하면서도 살아 있는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시집이지요.
이번 시집에는 역설법이 정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55편의 시중에서 30여 편의 시에 역설법 또는 역설적 상황이 들어가 있습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서로 충돌하며 붙는 순간, 인간의 삶이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을 내시게 된 동기 및 소감
제가 늘 추구해 오던 시의 세계가 몸철학이었습니다. 정신보다는 몸을 노래하자. 몸속에 정신이 있다. 정신은 낮아지기 힘들지만, 몸은 점점 늙을수록 낮아진다.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자.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게 웃는 시집을 내자. 지금까지 써 온 몸· 슬픔· 명랑· 농촌· 노년· 상실· 역설의 시 세계를 더 실감나게 써보자.
그러다가 아버지가 뇌졸중과 전립선암으로 쓰러지고, 수술하고, 그러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돌보는 기간 6개월과 돌아가시고 1개월 동안은 거의 시를 쓰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시고나서 사십구제가 끝난 이후부터 갑자기 시가 불현 듯 찾아왔습니다. 미친 듯 시를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입니다.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을 읽으실 독자들께 팁이 있다면?
역설법의 묘미를 잘 느끼면서 읽으시면 좀 더 시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몸철학의 입장에서 접근하면 좀 더 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시는 인본주의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노을, 고양이, 모닥불, 밥, 수평선, 사다리차, 나비, 날벌레, 참새 등이 시적화자로 되어 있습니다. 자연 대상물을 1인칭 화자로 설정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입니다.
-좋은 시에 대한 생각
좋은 시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난해한 시도 좋고, 쉬운 시도 좋고, 고독한 시도 좋고, 명랑한 시도 좋습니다. 기교를 부린 시도 좋고, 기교를 부리지 않은 시도 좋습니다. 긴 시도 좋고, 짧은 시도 좋습니다. 저는 좋은 시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단, 개성은 있어야 합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추구해야 합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나는 슬픈 밥이다
나는 슬픈 밥이다
젊은 날 그가
집밥 대신
들판에서 야생화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능선을 타며
석양을 커피처럼 마실 때도
자갈밭에 앉아
강 건너 신륵사 종소리에
소주를 타 마실 때도
나는 그의 허기 속에
작은 등불 하나로 들어가 있었다
젓가락이 나를 집어 올릴 때마다
슬픔이 끼니마다 인생을 먹었다
밥알은 견디는 법의 다른 이름이었다
어떤 날의 슬픔은
국밥의 뜨거운 김 속에 숨어 들어왔고
어떤 날의 슬픔은
식은 밥알처럼
목구멍에 오래 걸려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화장장 굴뚝에서
한 줌 불밥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았다
유골은 땅으로 돌아가
천천히 흙밥이 되었다
죽음도 결국
세상의 밥상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오늘도 사람들은 슬픔을 먹고
그리움을 삼키고
희망을 뜸 들이며 살고 있다
나는 슬픈 밥이다
-앞으로의 계획
시를 꾸준히 쓸 거고요, 그림도 열심히 그려서 조만간 전시회를 하려고 합니다. 또한 두릅 농사, 천문동 농사. 생거진천유기농친환경쌀 농사, 고추 농사, 마늘 농사를 신나게 지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천연 발효액이나 효소를 만들어서 판매해 볼 생각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마디
제 시는 몸시, 몸철학입니다. 몸의 아름다움, 몸의 근원, 몸의 슬픔, 몸의 아픔, 몸의 명랑을 추구합니다. 몸의 뷰티를 추구합니다. 몸을 잘 돌보는 라이프를 살아갑니다. 뷰티라이프! 몸이 곧 시입니다. 몸이 곧 예술입니다. 그렇죠?
장인수 약력
1968년 충북 진천 출생. 2003년 <시인세계> 등단.
시집 『유리창』, 『온순한 뿔』, 『적멸에 앉다』, 『천방지축 똥꼬발랄』, 『슬픔이 나를 꺼내입는다』, 『똥꼬발랄한 눈물』이 있음.
<뷰티라이프> 202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