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29)
후렴
강현국(1949~ )
큰일 났다, 봄이 왔다
비슬산 가는 길이 꿈틀거린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논둑 밑에서
큰일 났다, 봄이 왔다 지렁이 굼벵이가 꿈틀거린다
정지할 수 없는 어떤 기막힘이 있어
色쓰는 풀꽃 좀 봐 伐木丁丁 딱따구리 봐
봄이 왔다, 큰일 났다
가난한 내 사랑도 꿈틀거린다
강현국 시인
경북 상주 출생.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절망의 이삭>, <노을이 쓰는 문장>, <달은 새벽 두 시의 감나무를 데리고> 외. 산문집 <너에게로 가는 길> 외. 시전문 계간지 <시와반시> 발행인 겸 주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29번째 시는 강현국 시인의 “후렴”입니다.
봄입니다. 신나는 봄입니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입니다. 봄에는 대체 “정지할 수 없는 어떤 기막힘이 있”길래 온 세상을 “꿈틀거”리게 할까요. 정지할 수 없는 어떤 기막힘으로 형형색색의 꽃은 피어나고, 죽은 나무조차 “딱따구리”의 먹이질에 “伐木丁丁” 벌목정정 아름다운 악기 소리로 변하게 할까요.
이런 봄날, 꿈틀거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라고 봐야겠지요? 달빛 아래 핀 하얀 배꽃을 보고도 감흥을 얻지 못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겠지요. 한낱 “지렁이 굼벵이”까지 춘정을 참지 못하고 “논둑 밑에서” 비상을 꿈꾸는 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큰일 났”습니다. 세상의 왁자지껄 꿈틀거림에 “가난한 내 사랑도 꿈틀거”리니 이를 어쩌지요! 그것도 봄날 매일 매일이 그러하니 “큰일 났다, 봄이 왔다”를 유행가의 “후렴”처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네요. 봄맞이 한번 걸판지게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봄으로의 초대에 얼른 동행하시지요.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