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1)
3월의 부활
강경주(1953~ )
3월의 들녘에서 찬란한 반란이 일어
뿌리 깊이 묻어 둔 양심이 고개를 들고
푸르른 3월 하늘을 간질이며 일어선다
동행을 다짐하며 떠나간 얼굴들도
지하 어느 3월을 밀어 올리고 있는 건지
꽃봉이 터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묵은 흉터에서 아른아른 살아 오르며
명주실 오라기마냥 흔들리는 아지랑이
떼 지어 언덕을 넘는 생명의 얼이 보인다
강경주 시인
경남 하동 출생. 84년 <현대시조> 추천완료 등단. 시조집 <어둠을 비껴앉아> 등 10여 권. ‘남명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등.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강경주 시인의 “3월의 부활”입니다.
퇴근 후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어다닌 지 벌써 수 년이 되었습니다. 사무실을 나와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성북천을 만나는 지점에서 성북천을 따라 또 걷습니다. 대략 7km 쯤 되는 거리입니다. 허리가 심하게 아플 때, 추위가 심하다던지 비가 내릴 때, 저녁 약속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걸어다녔습니다. 반주를 곁들인 저녁 후에도 얼큰한 상태로 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대학로 쪽으로 걷습니다. 이 코스는 5km 정도 됩니다.
근래는 허리가 안 좋은 관계로 대학로 코스를 걸었습니다. 어제는 모처럼만에 청계천, 성북천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물길을 따라 걸으며 봄기운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성북천을 걸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영춘화가 만개해서 세상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봄은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3월 들녘에 찬란한 반란이 일”고 있었는 데도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꽃봉이 터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지를 못 했다는 생각에 일상을 다시 뒤돌아봅니다.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며 사는 게 뜻있는 삶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뇌리를 스칩니다. 세상이 전보다 환하게 보입니다.
“3월”은 ‘생명의 계절’입니다. “뿌리 깊이 묻어 둔 양심이 고개를” 드는 계절이며, “하늘을 간질이며 일어”서는 계절입니다. “묵은 흉터”는 “아른아른 살아 오르며” “흔들리는 아지랑이”와 더불어 “생명의 얼”을 창조하는 계절입니다.
이제 우리도 “3월의 부활”에 동승해야 할 때입니다. “지하”에 “묻어 둔 양심”을 꺼내어 “꽃봉 터지는 소리”에 발맞추어 새로운 세계를 온몸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꽃잔치는 우리 삶의 잔치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3월”은 어제의 “3월”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3월의 부활”은 미래를 향한 전진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