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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이건청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5-04-25 (금) 10:29 조회 : 1129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2)

 

엄마

이건청(1942~ )

 

포경업자들이

새끼고래를 데불고 있는

혹등고래나 향유고래를 만나면

먼저 새끼고래부터 죽인다는데,

새끼고래가 작살을 맞으면

어미고래는

죽어가는 새끼고래를 두고 떠나지를 못하고

새끼고래 곁을 맴돌다가

큰 작살포를 맞는다고 한다.

 

이건청 시인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이건청 시집』, 『목마른 자는 잠들고』, 『망초꽃 하나』,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굴참나무 숲에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실라캔스를 찾아서』와 기획시집『로댕-청동시대를 위하여』, 시선집『해지는 날의 짐승에게』, 『움직이는 산』,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해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 ,『이건청 문학 선집』(전4권),『이건청 시전집』(전2권) 등.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편운문학상, 녹원문학상, 자랑스런 양정인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역임.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이건청 시인의 “엄마”입니다.

 

이 세상을 유지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부모, 특히 “엄마”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생물조차도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 속에서 자라나고, 그 보살핌 속에서 대(代)를 유지하며 종을 번식시킵니다.

 

맹수의 제왕이라는 사자도 어릴 적에는 힘이 없는 한 마리 새끼에 불과했지만,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서 힘을 길러 제왕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염낭거미는 새끼들에게 어미 몸을 내줌으로써 새끼들의 양식이 됩니다. 새끼들은 어미 몸을 먹고 자라납니다. 조피시라는 물고기는 알을 낳고, 알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알을 아가미에 넣고 보살핍니다. 알이 부화할 때까지 먹이활동을 중지하고 굶는 것은 당연합니다. 몸이 바스러질 때까지 계속합니다.

 

이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은 모든 생명체에서 동일하게 발현합니다.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경업자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역이용해서 고래사냥에 성공하는군요. “혹등고래나 향유고래”는 그 크기와 힘이 엄청납니다. 포경업자들이 멱살잡고(?) 싸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힘을 당해낼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은 때론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포경업자들은 “새끼고래”에게 “작살을” 던져 “먼저 새끼고래부터 죽”이고, “새끼고래 곁을 맴”도는 “어미고래”에게 “큰 작살포”를 던져 사냥을 했습니다. “죽어가는 새끼고래를 두고 떠나지를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는 어미고래의 사랑이 결국은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숭고함일 것입니다.

 

“엄마”의 존재는 이 세상을 유지해가는 가장 큰 초석임을 이 시는 눈물겹게 알려줍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