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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니까-리호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5-05-22 (목) 11:50 조회 : 1137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3)

 

설탕이니까

리호(1969~ )

 

선풍기 소리가 짤 때 필요한 녹는 점

쓴맛을 평가할 때 필요한 알갱이의 개수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살아야겠다는 미세먼지 담당

끝말잇기나 꼬리잡기의 달인

 

비 온다

 

삼척에 갔지

구척장신 파도가 물고기 눈처럼 내렸지

잘난척하느라 온몸에 분수 구멍을 냈지

증명하지 못한 문제들을 뿜었지

 

여름출판사는 문을 닫고 더는 포도가 열리지 않았지

 

몸속에서 사라진 세포들의 DNA에 토성의 혈액형을 붙여줬지

 

바람 분다

 

기차 뒤에 바짝 꼬리가 두 개 달린 바다

쓴맛 소리

공화국에 대한 맞춤형 설탕 알갱이

 

리호 시인

2025년 전 2100광년 떨어져 있는 M2-9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파인애플을 먹다가 지구에 불시착했다고 한다. 2014년 <실천문학> 제 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기타와 바케트>, 디카시집 <도나 노비스파쳄>, 청소년을 위한 디카시 창작 입문서 <찍go 쓰go 디카시 창작 입문> 등이 있음. 이해조문학상, 디카시작품상 수상. 절친한 친구로 곰과 지구 양 세 마리와 토끼 한 마리가 있음.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리호 시인의 “설탕이니까”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시인과 시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과 독특한 화법으로 독자들을 울리고 감탄케하고 실의(?)에 빠지게 합니다. 리호 시인의 시는 평범한, 우리가 알고 있던 시의 세계를 지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이 시를 음미하는 지금 이 순간 창밖에서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구호와 연설이 가득합니다. 모두가 달콤한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열심입니다. 자연스럽게 현실과 엮어 이 시를 읽습니다. 부조리한 현실과 이에 맞서지 않고 조화롭게 살려고 하는 의지를 읽습니다.

 

우리가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의 종류는 많습니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무맛 등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치는 무슨 맛이어야 할까요? “맞춤형 설탕 알갱이” 같은 달디단 맛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텔레비전 속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에서는 “끝말잇기나 꼬리잡기의 달인”들을 모셔다 놓은 것 같습니다. 몇몇은 “잘난척하”는 “문제들을”내고 눈을 희번덕거립니다. 횡설수설하는 후보도 있습니다. 그들 나라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결국에 “포도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난감합니다.

 

“쓴맛”에도 “소리”가 들릴 지경입니다. “증명하지 못한 문제들”은 언제 풀 수 있을까요. “몸속에서 사라진 세포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비 오”고 “바람”이 부는데 “설탕 알갱이” 같은 지도자를 우리는 뽑을 수 있을까요. 아니 꼭 뽑아야 합니다, 6월 3일에...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