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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박구미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5-08-22 (금) 16:12 조회 : 684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6)

골목길
박구미(1974~ )

폐지 가득 싣고
손수레 끄는 할머니
몸빼 바지가 흘러내린다

허리께까지 추켜 올려드렸지만
스르르 다시 풀려 내려오는

올릴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생이라니
 
자식들 다 빠져나간
헐렁한 허리

끝내 펴지 못한 채
휘청휘청 멀어진다


박구미 시인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2022년 <문학도시>로 등단하였다. 현재 부산문인협회, 월간 <우리 詩>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박구미 시인의 “골목길”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자랐던 필자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의 추억은 삶을 살찌우고 마음의 위안을 받는 영양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골의 추억 중 “골목길”에서의 경험은 시골내기들을 마음의 부자로 만들어놓습니다. 흙이나 돌을 쌓아 만들었거나 탱자나무를 빽빽이 심어 만든 골목길은 개구쟁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자치기며 구슬치기. 땅뺏기, 줄넘기, 술래잡기, 오징어게임 등 하루 종일 동무들하고 놀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스름하게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면 엄마, 누나는 개구쟁이들을 저녁 밥상 앞에 앉히기에 바빴습니다.

얘기가 많이 빗나갔습니다. 이렇듯 시골에서의 골목길에 대한 추억이 있는가 하면 도시에서의 골목길은 팍팍한 삶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줍니다. 그곳에서는 품고 싶은 소중한 추억보다는 냉철한 현실인식을 요구합니다.

“폐지 가득 싣고/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는 우리의 어머니에 다름 아닙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몸빼 바지”를 입고 “폐지”를 모아 자식들 다 먹여 살리고 가르쳤지만, 잘난 자식은 이미 내 자식이 아닙니다. 

“자식들이 다 빠져나간/ 헐렁한 허리”는 위대한 어머니의 상징이지만, 어머니는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올릴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생이”지만 누구를 탓하지도 않습니다. 구부러진 허리 “끝내 펴지 못한 채/ 휘청휘청 멀어”지는 어머니 모습은 도회에 사는 우리가 출, 퇴근길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입니다.

시인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못합니다. “풀려 내려오는” 몸빼 바지를 “추켜 올려드”리는 행위를 통해 가슴 시린 공감만을 표현할 뿐입니다.
도회에서의 골목길 풍경을 깊은 울림으로 표현한 시선이 가슴 찡하고 울컥하게 다가옵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