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9)
배웅
우은주(1973~ )
햇빛 한 다발 끊어 국수를 삶는다
나뭇가지에 걸린 노른자 터뜨려
고명을 부치고 나무 밑동에 펼쳐 둔 통발에서
바싹 마른 바람을 꺼내
날아가지 않도록 푹 고아 둔다
고요한 마당을 가로지르는 발소리에
흰 돌들 우르르 끓어 넘친다
찬물 한 대접에도 가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몸도 풀지 못한 트렁크 손잡이에
스물한 번 매듭을 동여매고
떠나는 길은 혼자 남은 생生이다
그늘 한 뼘 잘라 마신다
햇볕에 얼어 죽은 슬픔 물 위에 떠 있고
여러 번 뒤돌아 길을 재촉해도
엄마의 국수가 자꾸만 흘러넘친다
우은주 시인
2019년 <황해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낮고 믿음직한 목소리로 살아 간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우은주 시인의 “배웅”입니다.
우리 삶에 있어 만남과 이별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호사가들은 이별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어야 이별이 가능하다고 말을 합니다. 만남이 새로운 대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발동한다면 이별은 애닮음의 표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별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이나 영화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이별을 잘하기(?) 위해서는 “배웅”이 필요합니다. 싫든 좋든 배웅은 떠나는 자(것)에 대한 나의 태도(마음)입니다. 그래서 배웅의 마음은 대상에 따라 그 깊이가 천차만별입니다. 배웅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되풀이되는 현상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남과 이별이 필연적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시인의 더듬이는 참으로 상상 초월입니다. 우주보다도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진 게 시인의 더듬이입니다. 시인은 “가을”을 배웅하며 “햇볕 한 다발 끊어 국수를 삶”습니다. 가을을 보내기 싫어서인지 조금 더 붙잡고 싶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마음이 한마음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명을 부치고” “날아가지 않도록 푹 고아둔다”는 것으로 보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 보입니다. 그러나 “떠나는 길은 혼자 남은 생”인 것입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 각각의 몫입니다.
“엄마의 국수가 자꾸만 흘러넘친다”는 것은 나의 착각 아니면 기대일지 모릅니다. 시인의 촉수로 가을을 다시 한 번 느껴 보고 싶은 찬연한 계절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