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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아침-이민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6-02-20 (금) 11:45 조회 : 408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52)

 

노동의 아침

이민(1963~ )

 

남쪽 소도시 삼거리 귀퉁이 건물

새벽잠이 덜 깬 백반집 간판

깜박이는 형광등 불빛 아래

파를 다듬는 노부부

백반 둘에 김치찌개 둘이요! 소리에

노동의 새벽을 열듯 주방의 문이 열리고

여덟 가지 찬이 동그랗게

강강술래를 하면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에

새콤한 김칫국 허연 김이 형광등 불빛을 타고

흰 쌀밥 한 숟갈 크게 떠서

뜨거운 국물에 말면

동창 너머로 붉은 동이 트고

삼거리에 푸른 신호등 켜진다.

 

 이민 시인

시인/여행작가/사진가/인테리어작가, 계간 <문학나무> 2025년 봄호 시부분 신인상 수상.

주요 저서: <대한민국 국도1번 걷기여행>, <소울로드>, <카페인테리어 싸게 하기>, <하늘을 보며 천천히 걷다>, <오타쿠 아들과 순대국 아빠의 빵집 여행>, <한옥마을에서의 넉넉한 하루>, <작은 가게 인테리어 싸게 하기> 등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이민 시인의 노동의 신성함과 숭고함을 잘 빚어낸 시 “노동의 아침”입니다.

 

요즘 우리집 마나님은 집안 가꾸기에 한창입니다. 실내를 하얗게 꾸민다며 벽이며 천장, 심지어 화장실까지 하얀 페인트칠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모든 일을 맡기지 않고 손수합니다. 벽을 하얗게 칠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칠로는 안 되고 적어도 두세 번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힘들 텐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합니다. 덕분에 저는 트럼프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집이 백악관이 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안쓰러우면서도 즐기며 일을 하는 아내가 부럽기도 합니다.

 

노동의 신성함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노동이 삶의 질을 책임지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노동을 통한 재화 획득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숭고합니다. 누구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육체노동을 통하여 맛(건강)까지 전달하고 있으니 두 부부의 노동은 더욱 신성하고 숭고합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백반집” 식당은 “남쪽 소도시 삼거리 귀퉁이 건물”에 있습니다. 정겨움이 물씬 풍겨옵니다. “깜빡이는 형광등 불빛”은 정겨움을 배가시킵니다. “파를 다듬는 노부부”에서 정겨움은 절정에 다다릅니다. 눈앞에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이런 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무조건 들어가야 합니다. 더구나 “여덟 가지 찬”까지 올라와 있으니 밥상은 한가득 입니다. 밥상을 채우고 있는 건 찬뿐만이 아니라 정성까지 더불어 풍성합니다. “새콤한 김칫국 허연 김이 형광등 불빛을 타고” 있는 게 보입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뜨거운 국물”은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보내는 음식에 다름 아닙니다.

 

기도하듯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삼거리에 푸른 신호등”이 커지듯 우리의 삶에도 푸른 신호등이 켜질 것 같습니다.

“푸른 신호등” 받고 힘차게 전진합시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