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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심종록-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19-03-21 (목) 13:42 조회 : 809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9)


이, 별
심종록(1959~ )

대리석 바닥 위를 몰려왔다 몰려가는 사람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서는
모르는 사이처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초저녁달처럼 싱싱한 이, 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69번째 시는 심종록 시인의 “이, 별”입니다.

시를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탁’하고 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시를 잘 썼다거나 구성이 탄탄하다는 명제를 떠나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때입니다. 그런 시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합니다.

심종록 시인의 “이, 별”은 “초저녁달처럼 싱싱한 이, 별” 즉, 우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이별(離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쉼표 하나가 우리의 생각을 변화무쌍하게 바꿉니다.

우리는 싱싱한 별 지구에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요. 너 아니면 아니라는 듯이 “뜨거운 입맞춤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금이빨까지 뽑아주던 사내도 있었다지요. 그러나 그런 순간까지도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우리 인간들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쫓아 “몰려왔다 몰려가는 사람들”이 우리들이지요. 맹세는 한낱 초개같아 보입니다.

세상의 근본 같았던 사랑이 쪼그라져 보입니다. 그렇다고 사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
랑을 해야 이별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사랑에도 급수(級數)가 있듯, 이별에도 급수가 있지
않을까요?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은 “초저녁달처럼 싱싱한” 사랑을 부르는 지구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행성에선 사랑을 하지 않고선 배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을 하
기 전에 이별을 생각합니다. 생각은 무(無)와 같아서 때론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싱싱한 이, 별”에서는 거기에 걸 맞는 또 다른 “싱싱한 이별”이 제격이라는 것을.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1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