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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개하는 벚꽃-배성근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6-04-22 (수) 14:40 조회 : 307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53)

 

폭개하는 벚꽃

청암 배성근(1963~ )

 

한순간이었다

세상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하얗게 터져 올랐다

가지마다 매달린 침묵이

더는 참지 못하고

빛으로 부서지는 아침

바람이 스치자

꽃들은 서로의 어깨를 밀며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린다

저토록 가볍게

저토록 무겁게

봄은 자신을 쏟아내고

그 아래 서서

이유도 없이

가슴이 먼저 환해진다

아,

사라지기 위해

이토록 찬란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배성근 시인
청암 배성근 시인

경남 창녕 부곡 출생. 2007년 계간 『사람의 문학』 김용락 교수(시인, 평론가) 詩부문 추천 등단. 2010년 제8회 『설중매 문학』 신춘문예 詩부분 당선. 2007년 낙동강 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옛사랑의 그리움』,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이슬 속에 바라본 세상』, 『책의 피. 정신의 유산』 『은행나무의 비밀』 출간. 『옥조근정훈장』 수상. 2008년 계간 <詩와 늪> 창간부터 현재 제71집 발행. 44년 문단 활동 중이며, 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배성근 시인의 “폭개하는 벚꽃”입니다.

 

염치없이 좋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폭개하는 벚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습니다. 한눈팔 겨를이 없습니다. 한눈은커녕 잠깐의 해찰에도 이 “빛으로 부서지는” 광경을 못 보기 십상입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는 생각도 이 봄에, 이 시를 감상하며 하게 됩니다. 벚꽃들이 저토록 앞다투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머리 아프게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즐기는 것이 최상입니다. 그러면 아무 “이유도 없이/ 가슴이 먼저 환해”짐을, 세상은 “이토록 찬란”함으로 가득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찬란함이 “사라지기 위해”서 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새삼 또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이제 “하얗게 터져 올랐”던 풍성한 잔치의 시간은 가고, 새로운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입니다. 며칠 전에 보았던 벚꽃나무와 오늘의 벚꽃나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닙니다. 추구하는 바가 전혀 다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다르다고 결론은 내지 맙시다. 다만 “하얗게 터져 올라” “가슴이 먼저 환해진” 장면만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갑시다. “이토록 찬란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큰 축복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를 증명하는 시인의 절창이 마음을 더욱 벅차게 합니다.

 

자연의 축복을 온전히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