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57)
사람
유기택(1958~ )
ㅁ을 깎는다
사람을 사랑 되도록
ㅁ을
돌려 깎았다
깎기만 했다
유기택 시인
강원도 인제 출생. 춘천에서 자람. 일용직 시 노동자 생활을 하며 시집 『둥근 집』, 『긴 시』, 『참 먼 말』,『짱돌』, 『호주머니 속 명랑』, 『사는 게 다 시지』, 『검은 봉다리』, 『환한 저녁』, 『고양이 문신처럼 그리운 당신』, 『아직 네가 세상의 전부일 때』와 전자시집 『제제 봄이야』 등을 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유기택 시인의 “사람”입니다.
“사람”을 사전에서는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침팬지나 고릴라 등은 인간 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며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겠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자기 성찰하는 노력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뜬금없이 해봅니다.
“사람”의 “ㅁ” 받침에서 “ㅁ을 깎는” 작업을 열심히 합니다. “사람”이 “사랑”이 “되도록”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이런 행위는 “사람”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ㅁ을/돌려 깎”는다는 말에서 그 진의를 파악하게 됩니다. “돌려 깎”는다는 것은 어거지나 힘으로가 아닌, 순리에 따르겠다는 뜻입니다. 자연의 섭리에 맞게 “돌려 깎”을 때 “사람” 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품은 “사람”으로 발현합니다.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깎기만 했”을 뿐입니다. 강요하거나 자기의 주장을 주입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시나브로 완성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깎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ㅁ”을 “깎”고 있을 이 땅의 모든 분들께 이 시를 헌사합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