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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오철수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6-08-21 (금) 16:18 조회 : 72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58)

 

가을

오철수(1958~ )

 

덜컹! 소리가 유난히 크다

 

과속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달리던 트럭이 튀어올랐다가 떨어진 것 같은데



속도 줄이지 않는다

 

황금물결 속으로 사라진다

 

오철수 시인

인천 출생. 1986년 시집 『민의』로 문단 데뷔. 1990년 전태일 문학상 수상. 주요 시집으로

『아버지의 손』, 『먼길 가는 그대 꽃신은 신었는가』, 『아주 오래된 사랑』, 『아름다운 변명』, 『조치원역』, 『독수리처럼』, 『사랑은 메아리 같아서』, 『깨진 귀를 반성하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 노동문학위원회 부위원장, 사이버노동대학 문화교육원 부원장 역임. 1990년 전태일 문학상 수상.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다가오는 가을의 경이를 서정시의 극치로 보여준 오철수 시인의 “가을”입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오죽하면 동남아에서 온 여행객조차 자기 나라보다 더 덥다고 하소연하겠습니까. 고온다습한 더위에 불쾌지수는 높아만 가고 당연히 일의 능률은 더 떨어집니다. 매서운 더위에 모기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열대야는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가 계속 지속될 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세상의 이치는 변함이 없는 법. 입추, 처서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푹염의 기세가 고양이 앞의 쥐처럼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의 변화를 보고 시인은 “덜컹!”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줄 았았는데,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가을이 당도해 있으니 “덜컹!” 놀랄만도 합니다. 이는 마치 “과속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달리던 트럭이 튀어올랐다가 떨어진 것 같은” 속도와 놀라움입니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속도가 “덜컹!”이라면 “유난히” 큰소리는 놀라움입니다. 아니 같은 마음속 표현입니다.

 

이런 놀라움은 “줄이지 않는” “속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얹어져 있습니다. 시나브로 “황금물결 속으로 사라지”는 “가을”, 이는 인생을 담은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가을”과 “트럭”을 절묘하게 병치해낸 시 앞에서 자연의 질서와 삶의 교훈, 시의 힘을 다시 한 번 만끽하는 가을의 초입(初入)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6년 9월호